HD한국조선해양, 필리핀 첫 선박 건조 돌입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HD한국조선해양이 필리핀에서 첫 선박 건조에 착수하며 해외조선소 성공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9월2일 필리핀 수빅만에 위치한 HD현대필리핀조선소에서 11만 5천 톤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강재절단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강재절단식은 선박 건조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로, 이번 프로젝트는 HD현대필리핀이 짓는 첫 선박이자 지난해 12월 아시아 선사로부터 수주한 4척 시리즈선의 1차선이다.

이날 행사에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Ferdinand Marcos Jr.) 필리핀 대통령, 메리케이 칼슨(MaryKay Carlson) 주필리핀 미국대사, 이상화 주필리핀 한국대사,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 등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1996년 설립한 HD현대베트남조선을 연간 10척 규모의 동남아 최대 조선소로 성장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5월 서버러스 캐피탈(Cerberus Capital)과 임차계약을 체결해 필리핀 수빅만에 두 번째 해외조선소를 출범시켰다. 회사는 필리핀을 일반상선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아, 중국에 내준 벌크선·탱커 시장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김성준 대표는 “필리핀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풍부한 인적자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갖춘 최적의 파트너”라며 “HD현대필리핀을 활용해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필리핀을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미 자회사 HD현대중공업이 필리핀에서 군수지원센터를 운영하며 호위함과 초계함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수행해온 만큼, 향후 정부 협력체계를 통한 시너지도 기대된다.

또한, HD현대필리핀은 HD현대베트남조선, 신규 법인 HD현대비나(가칭), 싱가포르 투자법인(예정) 등 주요 해외 거점과의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나, 기자재 공급망과 인력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HD현대는 지난달 싱가포르에 해외 생산거점을 총괄 관리하는 투자법인 설립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선박 건조 착수는 단순한 산업적 의미를 넘어 한·미·필 3국의 경제·안보 협력 강화와도 연결된다. HD현대는 지난달 서버러스 캐피탈 및 한국산업은행과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MASGA 프로젝트 이후 첫 협력 사례를 만들어냈다.

업계에서는 HD한국조선해양의 필리핀 진출이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중국 견제와 한국 조선업 경쟁력 회복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