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2030년까지 신규 대형 원전 10기 착공을 목표로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민관 채널을 통해 한국 원전 업계의 자국 원전 사업 참여를 거듭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웨스팅하우스 간 지식재산권 분쟁 해소 합의로 한국형 원전 노형의 단독 미국 시장 수출길이 사실상 막힌 상황이지만, 한전은 미국 에너지 당국에 APR 계열 한국형 원전의 미국 사업 참여가 가능하도록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조정을 요청했다.
미 에너지부 차관, 직접 협력 요청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너지 장관 회담 참석차 방한한 제임스 댄리 미국 에너지부 차관은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을 연이어 만나 한국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댄리 차관은 한미 기업 간 지재권 분쟁 해소와 양국 정부 간 원전 협력 공감대 형성을 평가하며,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프로젝트 추진과 한국 기업의 시공 참여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한국 당국자들과 만나 자국의 원전 확대 계획을 소개하며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한다는 뜻을 전해왔다.
트럼프의 야심찬 원전 확대 계획
트럼프 대통령은 2050년까지 현재 약 100GW인 원전 설비용량을 400GW로 확대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원전 10기 착공을 중간 목표로 설정했으며, 미국 에너지부는 건설 비용을 750억달러(약 104조원)로 추산했다.
미국은 원전 설계 등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신규 건설 인허가가 장기간 중단되면서 원전 공급망이 붕괴해 실제 건설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이에 설계·조달·시공(EPC)에 강점을 가진 한국 기업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전, 경제성과 선택권 논리로 설득
한전은 댄리 차관과의 면담에서 국내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해외 건설·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형 APR 원전을 미국에도 안정적으로 건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형 원전 도입 시 사업비 절감을 통해 미국 전력 수요자들에게 더욱 경제성 있는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한전은 미국 정부가 자국의 국익 극대화를 위한 정책 조정력을 발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기존 웨스팅하우스와의 합의로 막힌 APR 계열 원전의 단독 수출 대신, 공동 사업 형식으로라도 한국형 원전의 대미 진출 길을 열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 역시 미국 전력 고객의 선택권 차원에서 한국형 원전의 미주 진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미 당국 접촉 과정에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당국자는 "미국의 유틸리티, 전력 기업들은 한국의 바라카 원전과 체코 수주 사례를 보고 한국 기업들의 참여가 경제성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망과 향후 과제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웨스팅하우스의 전문인력 부족과 다수 프로젝트 동시 진행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미국 정부와 유틸리티, 금융기관 등이 미국 내 APR1400 건설을 필요로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형 원전의 미국 진출은 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이지만, 기존 지재권 합의 조건과 미국 내 정책 조정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