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 부처 분할 결정으로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통합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 나뉜 에너지 정책 관리 체계가 오히려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전기·가스 통합 관리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부처 분할의 현실적 한계
정부는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를 통해 산업부의 에너지 정책을 환경부로 이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장하고, 산업부에는 원전 수출과 석유·가스 등 자원관리 기능만 남기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이로써 기존 하나의 부처에서 총괄하던 에너지 수급부터 발전·송배전·요금까지의 일괄 관리 체계가 두 부처로 분산되게 됐다.
국제 사례와의 괴리
세계 주요국들의 에너지 거버넌스 구조를 살펴보면 한국의 분할 정책이 얼마나 예외적인지 알 수 있다. 미국의 공익사업위원회(PUC), 영국의 가스·전력시장위원회(GEMA), 독일의 연방네트워크기구(BNetzA), 프랑스의 에너지규제위원회(CRE), 일본의 전력·가스시장 감독위원회(EGC) 모두 독립규제기구가 가스와 전력시장을 통합 규제하고 있다.
분리 정책의 부작용
에너지 정책 분할이 가져올 구체적인 문제점들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가스 도입 과정에서 미수금 정산 압박이 커지면 발전용 가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가중시키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기존에는 산업부가 이러한 인상 요인들을 한 조직 차원에서 조정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환경부와 산업부가 각자 적자 해소를 위해 요금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가스위원회는 산업부에, 전기위원회는 환경부에 두는 상황을 전문가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통합 위원회 설치 움직임
이러한 우려 속에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11명의 의원들이 국무총리 산하에 '전기가스열위원회'를 두는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현재 산업부 산하에 있는 전기위원회의 기능을 확대·재편해 전기·가스·열 에너지와 관련한 주요 인·허가와 소비자요금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신설 위원회는 정부조직법상 '중앙행정기관'으로 규정되며, 가스도매사업 허가, 사업정지명령, 과징금 부과, 공급규정 승인 등의 권한을 갖게 된다. 또한 가스배관시설 이용제공 거부에 대한 행위중지 명령권한도 부여받는다.
업계의 회의적 시각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규로 설치되는 전기가스열위원회 역시 정부기관이라는 점은 마찬가지"라며 "산업부에서 총리실로 직제구조만 바뀐다고 달라지는 것은 크지 않을 듯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우리가 처한 문제가 정부기관 부존재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닌 만큼 새로운 정부기관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며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정책의 분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통합 거버넌스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정부는 부처 간 이견 조율과 정책 일관성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