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는 최근 국내 LNG 벙커링 산업의 현주소와 발전 과제를 진단했다.
협회는 “한국이 동북아 LNG 벙커링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 △민간 기업의 대형 벙커선 투입 △통영 LNG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한 공급 거점화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친환경선박법, 한국형 수요 창출의 제도적 기반
2020년 1월부터 시행된 「환경친화적 선박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일명 친환경선박법)은 한국 벙커링 산업 성장의 제도적 토대가 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은 신규 관공선을 도입할 때 반드시 친환경선박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매년 친환경선박 보급시행계획을 수립해 정책적 로드맵을 제시하며, 이는 LNG 벙커링 수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올해 8월부터는 제도가 한층 강화된다. 선박 소유자뿐만 아니라 조선업체도 친환경선박 인증을 신청할 수 있게 되었고, 국제 규제 기준인 EEXI(에너지효율지수)와 CII(탄소집약도)가 반영됐다. 또한 예비인증과 다른 설계 변경이 있더라도 본인증을 허용하는 등 인증 체계의 유연성도 확대됐다. 이는 국내 업계의 참여 폭을 넓히고, 국제 해운 시장에서 신뢰성을 확보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 민간 대형 벙커선 투입, 시장 본격 확대
한국가스공사의 7500㎥급 ‘블루웨일호’가 LNG 벙커링 상용화를 연 첫 사례라면, 이제는 민간 대형 벙커선이 시장을 본격 확장할 차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광양 LNG 터미널을 기반으로 1만2500㎥급 벙커선을 투입해 2027년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SK가스는 울산 북항의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을 중심으로 1만8000㎥급 벙커선을 운영하며 대형 외항선을 대상으로 한 해상 STS(Ship-to-Ship) 벙커링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대형 벙커선의 투입은 단순히 공급량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컨테이너선·벌크선 등 글로벌 대형선단을 대상으로 정박 없이 한 번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원스톱 STS 체계’를 가능케 한다. 이는 선사 입장에서 운항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결정적 요소로 평가된다.
■ 통영 LNG 기지, 남해안 허브 거점으로
한국가스공사 통영 LNG생산기지는 국내 LNG 벙커링 산업에서 실질적 공급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곳에서 선적한 LNG는 한국엘엔지벙커링㈜(KOLB)이 운영하는 벙커링선 ‘블루웨일(Blue Whale)호’를 통해 부산신항과 광양 등 주요 항만에 공급되며, 본격적인 STS(Ship-to-Ship) 벙커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블루웨일호’는 동시작업(하역+벙커링) 방식을 국내 최초로 성공시킨 사례로 평가받는다. 2023~2024년에는 부산신항에서 CMA-CGM 소속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약 300톤의 LNG를 직접 STS로 공급했으며, 광양제철소 원료부두에서는 벌크선의 화물 하역과 동시에 벙커링을 진행해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동시작업은 벙커링을 위해 별도의 정박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운항 스케줄 지연과 추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용화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선사 입장에서는 정시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글로벌 해운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KOLB는 「도시가스사업법」에 근거한 선박용 천연가스사업 수행 주체로, 제도적 기반 위에서 벙커링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통해 통영은 ‘내륙 기지(저장·적하) → STS 현장(부산‧광양)’으로 이어지는 국내 공급 네트워크의 시발점으로 자리 잡았다.
광양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울산에서는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과 SK가스가 본격적으로 가세하면, 남해안에서 동해안으로 이어지는 STS 벙커링 회랑이 완성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를 통해 한국이 동북아 LNG 벙커링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싱가포르·로테르담과 국제 경쟁 구도
세계 최대 벙커링 허브인 싱가포르는 연간 5000만 톤 이상의 벙커유를 공급하며, 2017년 세계 최초로 LNG STS 상업공급을 개시했다. 로테르담항 역시 EU 탄소세 정책과 맞물려 LNG·메탄올·암모니아 등 대체연료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아직 공급량이 제한적이지만, 친환경선박법이라는 제도적 기반, 민간 대형 벙커선의 투입, 통영 LNG 기지를 중심으로 한 거점화 전략을 통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즉, 싱가포르·로테르담이 ‘시장 규모와 인프라 완비형 모델’이라면, 한국은 ‘제도 기반과 거점형 성장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별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 한국 LNG 벙커링 시장, 2030년까지 성장세
업계와 연구기관의 분석을 종합하면, 한국의 LNG 벙커링 시장은 2030년까지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국내 LNG 벙커링 수요는 약 20만 톤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지만, IMO 규제 강화와 친환경선박법의 의무 구매 제도, 글로벌 선사의 친환경 선박 발주 확대로 2030년에는 약 200만 톤 내외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측면에서는 현재 통영 기지와 블루웨일호를 중심으로 연간 수만 톤 규모의 공급에 머물지만, 2027년 포스코인터내셔널과 SK가스의 대형 벙커선이 가세할 경우 연간 150만~180만 톤 수준의 공급 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즉, 2027년 이후 수요와 공급이 본격적으로 균형을 맞추며, 2030년에는 한국 LNG 벙커링 시장이 동북아 주요 허브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의 위상은 한국 LNG 벙커링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제도적 수요 창출 장치인 친환경선박법, 민간 대형 벙커선을 통한 시장 확대, 통영 기지를 중심으로 한 공급 거점화가 맞물려야, 한국은 싱가포르·로테르담과 경쟁할 수 있는 동북아 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 업계는 “2030년을 기점으로 한국 LNG 벙커링 산업이 글로벌 경쟁의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 용어 설명 :
· EEXI(에너지효율지수, Energy Efficiency Existing Ship Index) = 선박의 에너지 효율을 평가하는 국제 규제 기준으로, 1톤의 화물을 1마일 운송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선박의 기관 출력, 중량톤수 등 제원을 바탕으로 사전적으로 계산해 지수화한 값을 의미한다. 이 기준은 400톤 이상 선박에 적용되며, 해당 선박은 규정된 에너지 효율 기준을 충족해야 운항이 가능하다. EEXI 규제는 1999년부터 2009년 사이에 건조된 선박의 평균 에너지 효율값을 기준으로 2024년까지 약 20%, 2025년 이후 약 30%까지 감축률을 단계적으로 강화한다.
· CII(탄소집약도지수, Carbon Intensity Indicator) = 선박이 1톤의 화물을 1해리 운송하는 데 배출하는 탄소량을 실제 연료 사용량과 운항 거리 등 실제 운항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후적으로 계산해 지수화한 값. CII는 5,000톤 이상 선박에 적용되며, 연간 운항 실적에 따라 A(매우 우수)부터 E(열위)까지 5단계 등급이 부여된다. 연속적으로 낮은 등급을 받는 선박은 저속 운항, 저탄소 연료 사용 등 에너지 효율 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승인받기 전까지 운항이 제한될 수 있다. CII 규제도 매년 강화되며, 해운사는 지속적으로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 한국엘엔지벙커링㈜(KOLB, Korea LNG Bunkering Inc) = 한국가스공사가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로, 국내 LNG벙커링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기업. LNG 추진 선박에 안정적으로 LNG를 공급하기 위해 LNG 벙커링 선박을 건조 및 임차하고, 해외에서 LNG를 수입하며 가스공사의 제조 및 공급시설을 임차해 벙커링 서비스를 수행한다. KOLB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 연료로 각광받는 LNG를 선박에 공급하는 데 주력한다. LNG는 기존 고유황유(HFO)에 비해 황산화물,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그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어, 환경 규제 강화에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KOLB는 한국가스공사의 우수한 인프라와 다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경쟁력 있는 LNG 벙커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천, 평택, 통영, 삼척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 LNG 터미널을 활용해 다양한 벙커링 방식을 지원하며,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3년에는 국내 최초 LNG 벙커링 전용선 '블루 웨일(Blue Whale)'호를 인도받아 이를 활용한 선박 간 LNG 벙커링 시운전과 SIMOPS(동시 작업) 방식 벙커링에도 성공했다. 글로벌 LNG 벙커링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 블루 웨일(Blue Whale)호 = 국내 최초 LNG 벙커링 전용선. 길이 97m, 폭 22m 규모의 선박으로, 탱크로리 트럭 250대분(약 7,500㎥)의 LNG를 보관·공급할 수 있다. 이 선박은 HD현대중공업이 20여 년간 도전해 국산화한 한국형 화물창(KC-2) 기술을 적용해 제작되었으며,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3년간의 건조 끝에 2023년 명명식을 거쳐 한국엘엔지벙커링㈜에 인도되었다. 블루 웨일호는 360도 회전이 가능한 추진기(아지무스 스러스터) 2대를 탑재하여 전후좌우 모든 방향으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LNG 벙커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용 암과 증발 가스 처리장치(GCU)도 탑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선박이 항구에 정박하지 않고도 해상에서 직접 LNG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어, LNG 벙커링의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2023년 10월에는 국내 최초로 화물 하역 중인 벌크선에 LNG 벙커링 동시작업(SIMOPS)을 성공시켰으며, 2024년 8월에는 컨테이너선에도 같은 방식의 벙커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국내 LNG 벙커링 사업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였다. 블루 웨일호는 국내 조선산업의 기술 국산화 성과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LNG 벙커링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대폭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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