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이번 에너지 수입 확대 제안은 트럼프식 무역협상에 대한 현실적 대응이자, 교역 구조 재조정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이미지 편집
인도네시아의 이번 에너지 수입 확대 제안은 트럼프식 무역협상에 대한 현실적 대응이자, 교역 구조 재조정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인도네시아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미국산 정제유 및 LPG 수입 확대에 나선다. 바힐 라하달리아(Bahlil Lahadalia)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5월10일(현지 시간) "지정학적 균형과 관세 협상력을 고려해 향후 미국 및 중동으로부터의 연료 수입 비중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 관세(Liberation Day Tariffs)’로 발표한 고율 관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인도네시아는 최고 수준인 32%의 관세 대상국으로 지목된 바 있다. 이 관세는 90일간 유예된 상태이며, 이 기간 동안 대부분의 국가들이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를 조건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

라하달리아 장관은 "초기 단계에서 싱가포르로부터의 연료 수입 중 60%를 미국산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싱가포르 의존도를 ‘제로(0)’로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 "에너지로 관세 피하자"…인니, 美산 석유·LPG 100억불 추가 구매 제안

인도네시아는 미국과의 무역흑자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산 에너지 제품 구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라하달리아 장관은 미국산 원유 및 LPG 등 1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수입을 제안한 바 있으며, 이를 포함한 전체 미국 제품 수입 규모는 180~19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개별국가들의 ‘구매 제안’을 바탕으로 고율 관세 유예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미국 내 정치적으로도 고조되고 있는 보호무역 흐름 속에서,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수입 확대가 사실상 협상의 ‘면죄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아시아, 美 관세 피해 ‘에너지 협상’ 총력…워싱턴 D.C.로 향하는 대표단 줄이어

인도네시아만의 전략은 아니다. 고율 관세 대상이 된 아시아·동남아 국가들이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를 통해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수많은 아시아국 대표단이 워싱턴 D.C.를 방문해 관세 철회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에너지가 외교 수단이 되고 있다”며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선, 지정학적 줄다리기이자 자원 외교의 전형적 사례”라고 분석했다.

 

■ 용어 설명 : 

· ‘해방의 날 관세(Liberation Day Tariffs)’ = 2025년 4월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고율 관세 정책.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와 자국 제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한 일종의 보호무역 조치.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치를 통해 “미국 경제를 불공정 무역으로부터 해방시키겠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강조하며 ‘해방의 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관세는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주요 수출국에서 들여오는 공산품, 에너지, 전자제품 등에 최대 32%의 고율로 부과되며, 현재는 90일간의 유예 기간이 설정돼 있어 해당 국가들이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등을 조건으로 예외 협상을 벌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조치는 미국 내 제조업과 고용을 보호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위반 가능성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 혼란, 보복 관세 가능성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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