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실 서울시의원(더벌어민주당, 중랑1)./ 서울시의회 제공
이영실 서울시의원(더벌어민주당, 중랑1)./ 서울시의회 제공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서울에너지공사(공사)의 민영화 관련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시의회에서 공사 존립에 대한 우려의 경고가 나왔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가 명확한 기준 없이 결정을 미루는 사이 핵심 공공기관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소속 이영실 의원(더불어민주당, 중랑1)은 지난 17일 열린 제331회 정례회 기후환경본부 업무보고에서 “서울에너지공사 존립 문제는 단순한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민의 에너지 복지와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를 향해 “공사의 존립 필요성과 사업 추진방식(SPC, 컨소시엄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 수립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공사는 서울시의 친환경 에너지 공급과 에너지 복지 실현, 지역분산형 에너지 체계 전환을 위한 핵심 지방공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존립 여부와 추진 방식(SPC 설립 여부 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서울시의 책임 회피성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 의원은 “이미 수차례 용역을 통해 결론이 난 사안을 또다시 SWOT 분석 등 소규모 컨설팅으로 반복 검증하는 것은 예산 낭비이자 행정 신뢰 저하”라고 비판하며 “기후환경본부가 관리·감독 기관으로서 사업방식 결정을 계속 미룰수록 시민 신뢰와 공공성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시는 지난 수년간 공사 존폐를 놓고 동일한 내용의 정책연구와 외부 용역을 반복 발주해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일관되지 않았고, 내부 행정 결정 역시 명확한 방향성을 잃은 채 표류 중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실상 민영화로 가는 수순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또 “사업 현황과 의사결정 과정을 시의회와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요 변동사항은 신속히 공유해야 한다”며 절차적 정당성과 시민 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정책 결정에 있어 시민과 의회의 알 권리 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공사 존립을 둘러싼 이 같은 논란은 에너지 공공성에 대한 서울시의 책임 회피가 불러온 구조적 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의원은 “더 이상의 시간 끌기는 시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며, “연내 명확한 기준과 절차 공개, 그리고 에너지공사 존립에 대한 공공적 기준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공사의 역할과 지위, 향후 사업모델은 서울시 에너지 전환 정책의 중대한 분기점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행정적 결정을 회피하고 있는 사이 시민들의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의가 절실한 시점, 서울시의 책임 있는 결단이 요구된다.

서울에너지공사 목동 열병합발전소 전경./ 서울에너지공사 제공
서울에너지공사 목동 열병합발전소 전경./ 서울에너지공사 제공

‘5세대 지역냉난방' “현실성 떨어져”

한편, 지난해 12월 취임한 황보연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이 국내 최초로 도입하겠다며 추진 중인 ‘5세대 지역냉난방 시스템’을 두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사업”이란 비판이 나온다.

지열과 수열·공기열 등 다양한 저온 열원을 통합한다는 이 냉난방 시스템은 도시 내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률 향상을 목표로 하지만 실제 시민 체감까지의 시간과 인프라적 제약, 초기 구축비용 등 ‘기술 낙관론’만으로는 사업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5세대 지역냉난방 시스템은 분산형 저온 열원을 통합해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고, 고효율 히트펌프를 통해 냉난방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서초구 서울연구원 일대에 실증 적용 계획인 시스템 구축 총 비용은 147억원 규모로, 이중 110억원은 정부 국책과제 예산으로 충당된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이 지열·수열 등의 열원을 효율적으로 확보·활용할 수 있는 입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도심지엔 지하 공간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토지이용계획상 열원 설비 확보가 어렵다. 즉, 실증 대상지를 벗어나 도시 전반으로의 확산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달부터 공동주택 ZEB 인증 의무화를 본격 시행하고 있으나, 신재생 기반 냉난방 시스템 도입은 곧바로 건축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분양가 인상과 연결돼 실제 부담이 고스란히 시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

이와 관련, 공사는 이번 시스템이 요금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기술운영 안정성 검증과 제도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요금 체계 불확실성도 크다.

게다가 냉난방용량 300RT를 지열(30RT), 공기열(70RT), 미활용열(200RT)로 구성하겠다는 계획도 특정 열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발생할 수 있어 실시간 수요 대응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서울시는 이번 실증 결과를 기반으로 에너지 거래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도심형 공동주택 ‘모아주택’ 등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술 상용화까지는 적어도 5년, 대중 확산까지는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긴 전환 주기와 불확실한 보급 경로를 고려할 때, 막대한 공공예산을 투입한 시범사업이 단지 기술적 과시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유럽 사례를 그대로 들여오는 데 그치지 말고, 우리 도시 구조에 맞는 실질적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며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수용할 제도, 인프라, 시민 수용성”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유럽에선 개별 보일러 금지 등의 제도적 토대가 갖춰진 상태에서 5세대 시스템이 추진되고 있어 서울형 도심에 그대로 이식하긴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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