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국무위원장 등에게 임명장 및 위촉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국무위원장 등에게 임명장 및 위촉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탄핵 정국’ 속에서 강행된 ‘알박기 인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 첫 내각이 진용을 갖춤에 따라 공공기관 인사가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가올 인사를 두고 ‘실용주의 정부 구축의 시험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정부의 인사 방향을 전망해본다. /편집자 주.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윤석열 탄핵' 정국 속에서 잠정 중단됐던 에너지·환경 분야 공공기관장 인사가 이재명 정부 출범 2개월을 앞두고 재개될 전망이다.

지난 정권 임명 인사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李정부의 국정 철학인 ‘실용주의’ 기조와 ‘국민주권’ 이념이 어떻게 인사 정책에 녹아들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尹 불법계엄~새정부 출범’까지 184일 동안 강행된 공공기관장 인사는 총 62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기간 尹의 임명은 3자리였고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한덕수(18명)와 최상목(29명), 이주호(12자리)가 59개를 행사했다. 이를 두고 ‘줄줄이 보은인사’란 비판이 제기됐다.

이러다보니 이재명 대통령이 행사할, 남아 있는 공공기관장 임명은 13%에 불과한 상태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 일부는 장기간 ‘공백’ 또는 ‘직무대행’ 체제에서 운영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은 올해 안에 수장 임기가 종료된다.

이와 함께 한전KPS, 한국에너지공단 등은 이미 후보자 공모와 최종 선발까지 마쳤음에도 인사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1년째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장관 인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후속 인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일부 기관은 새 정부 국정철학과 맞지 않는 전 정부 인사들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수력원자력 황주호 사장이 지난달 30일 경주 황룡원에서 개최된 엔지니어링 대토론회에서 참가자들에게 당부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황주호 사장이 지난달 30일 경주 황룡원에서 개최된 엔지니어링 대토론회에서 참가자들에게 당부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알박기’ 공백 메운다...9곳 대기 중, 절반 이상 올해 만료
산업부 산하 기관 중 현재 임기 공백 또는 임기 종료를 앞둔 기관은 총 9곳. 이 가운데 한수원,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7개 기관은 올해 안에 임기가 끝남에 따라 교체 대상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1년째 ‘기관장 공석’인 한전KPS는 노동조합이 ‘기관 운영 정상화를 위한 조속한 임명’을 촉구하며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수차례 성명까지 냈다.

한수원 황주호 사장은 8월 임기가 마무리된다. 황 사장이 체코 신규 원전 수주(25조원 규모)를 성사시키며 성과를 인정받긴 했지만, 그의 후임 인선은 이재명 정부 인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일부 기관은 尹정부 시절 낙점됐으나, 탄핵 정국으로 후속 절차가 중단된 사례다. 가스기술공사, 에너지공단 등은 사장 후보자가 내정됐지만 대통령 재가가 이뤄지지 않았던 전례다. 이처럼 ‘알박기’·‘낙하산’ 논란이 겹친 인사들은 교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경영평가 성적표 따라 교체 압박...‘성과급 잔치’ 도마 위
이들 공공기관장 교체 논의는 단순한 임기 종료뿐 아니라 기획재정부의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와도 맞물려 있다.

기재부가 총 87개 기관을 평가한 결과 한국남동·남부·동서발전, 한수원 등 15곳이 ‘우수(A)’ 등급을 받았으나 대한석탄공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13곳은 ‘미흡(D)~아주미흡(E)’으로 강한 경고를 받았다.

C등급을 받은 석유공사, 에너지공단 등은 사실상 수장 교체 대상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D·E 등급 기관장에게는 해임 건의까지 가능하다. 현재 에너지공단 이사장은 임기가 만료된 지 수개월째다.

이와 함께 한전, 수자원공사, 산업단지공단 등 10개 기관은 작년 한 해 중대재해(인명 피해)가 발생해 기관장에 대한 경고 조치가 취해졌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내란은폐 및 알박기 인사 저지 특위 위원장’인 정일영 의원(기재위)은 지난달 “짜고 치는 고스톱식 경영평가로 윤석열 정권이 임명한 ‘알박기’ 인사들이 수십억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며 “성과와 철학 모두 새로 평가돼야 한다”고 지적한바 있다.

실제 공공기관은 A·B등급을 받으면 기관장은 연봉의 최대 100%, 직원은 최대 250%까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기관별로 수억~수십억 원에 이르는 성과급 지급이 가능해 국민 정서와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의원은 “2024년 경영평가는 2023년 실적 기준으로 윤석열 정부 철학이 반영된 체계”라며 “낙하산 인사에 대한 전문성 검증이나 리더십 평가는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지난 9일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9일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인사권은 어디에...임명 절차와 제도적 허점 드러나
공공기관장의 인사권은 설립 목적과 소속 부처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공공기관운영위원회(기재부)’ 심의→ 주무부처 장관 제청→ 대통령 재가라는 3단계 구조를 따른다.

산업부가 주무부처인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 실질적 통제권은 산업부 장관이 갖지만 대통령의 임명권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이런 절차는 정치적 변수에 크게 좌우된다. 탄핵 정국 당시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이라는 점에서 인사 정당성에 부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04년 ‘노무현 탄핵’ 당시인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엔 헌법재판소 판단까지 인사를 미뤘고, 2016~2017년 탄핵 기간 중 황교안 권한대행은 48명의 기관장을 임명해 정치적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 정국에서는 대통령 탄핵소추가 의결된 직후에도 윤석열 정부가 일부 기관장 인사를 강행해 논란을 키웠다. 민주당은 이를 ‘알박기’로 규정하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대적 인사 재정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일영 의원실 제공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일영 의원실 제공

◇“대통령 임기와 기관장 임기 일치시켜야”...제도개선 추진 본격화
정 의원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대통령 임기와 기관장·감사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방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정권 교체 시 6개월 내 새 정부 철학에 따른 특별평가를 실시해 해임할 수 있는 근거도 포함하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서 국정 철학이 맞지 않는 인사가 2~3년씩 자리를 지키며 정책에 제동을 거는 구조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정일영 의원).”

과거 윤석열 정부 시절에도 우상호 당시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비슷한 입법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다수당인 만큼 통과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함께 정 의원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능을 기재부에서 총리실이나 주무 부처로 이관하는 개편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평가는 민간기업 수익성 논리에 치우쳐 있어 공공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왜곡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 한국방송통신위원회 사진뉴스 자료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 한국방송통신위원회 사진뉴스 자료

◇전현희·이진숙 사례...“정권이 바뀌면 함께 물러나는 게 상식?”
정권 교체기의 ‘버티기’ 논란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이진숙 현 방통위원장의 사례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여당의 사퇴 압박에도 “현행법상 임기는 내년 8월까지”라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 위원장 역시 尹정부 당시 사퇴 압박을 받았지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며 임기를 마쳤다. 이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정무직과 기관장은 대통령과 함께 퇴진하는 것이 정권교체의 정신”이라며 임기 일치제 입법을 재차 촉구했다.

현행법상 공공기관장 임기는 대통령과 무관하게 3년, 또는 2년으로 보장돼 있다. 이 때문에 정권 철학과 맞지 않는 인사가 남아 정책 실행에 마찰을 빚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실용정부의 시험대..‘국민 낙하산’이냐, 논공행상이냐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은 공공기관 수장 인사를 통해 가장 먼저 현실화될 전망이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한 이 대통령은 “정치는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실현 여부는 ‘인사’를 통해 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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