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분산에너지법에 따라 수립한 제1차 장기 배전계획이 국내 전력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계획은 분산에너지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 배전망 증설과 운영 방향을 제시한 첫 번째 종합계획이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전망 연계 분산에너지 설비용량이 2024년 말 25.5GW에서 2028년 말 36.6GW로 4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발전원 중 배전망 연계 분산에너지 비중도 17%에서 20%로 확대되며, 태양광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대응해 한전은 5년간 255회선, 6,476c-km의 배전설비를 신설하는 대규모 증설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전남, 경북, 전북 지역에서 분산에너지 접속을 위한 배전망 확충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지능형 인프라와 협력체계로 안정성 확보

배전망의 역할이 단순한 전력 공급에서 수요와 발전을 동시에 관리하는 양방향 시스템으로 변화함에 따라, 한전은 분산에너지 지능형 인프라 확대와 운영체계 혁신에 나섰다. 현재 배전망 연계 분산에너지의 3%에 불과한 지능형 인프라를 2028년까지 약 11GW 규모로 확대해 전체의 3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전과 전력거래소 간 정보공유 체계 강화다. 양 기관은 분산에너지 출력정보, 계량정보, 입찰계획, 출력제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통합관제 기반을 마련한다. 이는 분산에너지의 계통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효율적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한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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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전계통 관리체계도 대폭 개선된다. 특고압 전압 기준 강화, 불평형률 및 순간 전압 변동 관리항목 확대, 지역별 배전계통 특성을 고려한 관리기준 설정 등을 통해 전기품질과 공급 신뢰도를 제고한다.

新기술 도입과 시장 활성화 전략

한전은 배전망 건설 부담을 줄이고 민간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역 유연성 서비스를 도입한다. 제주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해 육지로 단계적 확대할 예정인 NWAs(전력망 비증설 대안) 서비스는 민간 ESS 등을 활용해 전력망 과부하를 억제하는 혁신적 접근방식이다.

DSO-MD(배전망운영자-시장&급전) 플랫폼도 제주에서 육지로 확대 운영된다. 이 플랫폼은 분산에너지 사업자에게 배전망 상태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고, 전력시장 참여를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 역할을 담당한다.

장기적으로는 통합 배전계획 Framework 개발을 통해 발전·송전 계획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이해관계자 참여를 확대한 선진형 계획 수립 체계를 구축한다. 분산전력망 기술 개발 로드맵도 2035년까지 9개 분야 핵심 기술 개발을 제시해 중장기 기술 발전 방향을 명확히 했다.

한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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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적 시사점과 향후 과제

이번 계획은 단순한 설비 확충을 넘어 에너지 시스템 전반의 디지털 전환과 시장 개방을 동시에 추진하는 종합적 접근을 보여준다. K-DSO Alliance 구성을 통한 산학연 협력체계 구축, 배전망관리방침 공개를 통한 투명성 제고 등은 민간 참여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고 보여진다.

다만 급격한 분산에너지 보급 확산에 따른 계통 안정성 우려, 막대한 인프라 투자비용 부담, 지역별 편차 해소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정부의 분산에너지 정책 변화에 따른 전망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유연하고 적응적인 계획 수정 체계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분산에너지 시대의 본격 개막과 함께 배전망 운영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시작됐다. 한전의 이번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행된다면, 국내 전력시스템은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한 선진형 분산 전력망으로 진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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