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국내 중형조선사들이 글로벌 발주 감소와 구조적 취약성으로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수주량은 15만CGT로 전년 대비 72% 줄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29억9천만 달러(약 4조 원) 규모로, 1년 전보다 81.5% 급감했다.
이는 국내 전체 신조선 수주의 0.8%에 불과한 수준으로,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중형조선사의 점유율이 1% 밑으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수주는 케이조선이 전부 담당했으며, 대선조선·대선조선·HJ중공업 등은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반면 대형 조선사인 HD현대미포조선은 컨테이너선(16척, 30만CGT)과 가스선(11척, 24만CGT) 등 54만CGT를 확보하며, 국내 중형조선사 발주 물량의 78.6%를 흡수했다.
중형조선사의 전체 수주잔량은 168만CGT(63척)으로 전년 대비 20.3% 감소했다. 이는 약 2년 치 일감에 불과해, 향후 추가 수주 확보가 쉽지 않을 경우 생존 가능성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조선가 협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대형사 중심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형 조선 중심으로 생태계가 재편되면서, 중형조선사들의 재무·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됐다”며 “결국 이들의 입지가 급속히 축소됐다”고 진단했다.
중형조선사의 고사 위기는 단순한 업계 불균형을 넘어 조선 생태계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보고서는 정부가 단기적 자금 지원을 넘어 △기술 혁신 △고부가 선종 개발 △다변화된 발주처 확보 등 중장기적 생존 전략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