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지난달 코스피상장한 중형 조선업체 대한조선(대표 김광호)이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약 90% 가까이 급등하며 ‘IPO 대박’을 터뜨렸지만, 이면에선 충격적인 외국인 노동자 착취 실태가 드러나 업계는 물론 전남 지역 사회에 파장이 일고 있다.

전남 해남에 본사를 둔 대한조선의 전·현직 직원들이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들로부터 수억원에 달하는 금품을 갈취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노동자들은 대한조선 취업을 조건으로 1인당 최대 1666만 원을 브로커에게 건넸으며, 이 가운데 5200달러(약 720만원)는 대한조선 직원에게 직접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은 공항 도착 직후 ‘사장 비서’라고 소개된 직원에게 봉투로 전달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12일 오후 2시 50분 기준 대한조선 주식가격 그래프. /투데이에너지 편집
12일 오후 2시 50분 기준 대한조선 주식가격 그래프. /투데이에너지 편집

‘본국 송환’ 협박에 감시, 통제
사건 전말은, 지난 4~5월 방글라데시 출신 용접공 40명이 대한조선에 채용됐다. 이들은 현지 민간 송출업체와 브로커를 통해 “대한조선에서 일하려면 1만2000달러가 필요하다”는 요구를 받았고, 대부분이 빚을 내 그 금액을 마련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한조선의 방글라데시 출신 현직 과장(피고소인1)과 한국인 직원(피고소인2)이 직접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고발에 따르면, 피고소인1은 현지 브로커로 활동하다 대한조선의 ‘동반성장팀 과장’으로 채용된 인물로 노동자들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협박과 상시 감시를 일삼았다.

설 연휴 기간 중 허가를 받아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온 이주노동자 2명은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해고됐고, 정당한 연차 사용조차 막으려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지난 10일 전남경찰청 앞에서 대한조선 이주노동자 갈취 사건 수사를 촉구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지난 10일 전남경찰청 앞에서 대한조선 이주노동자 갈취 사건 수사를 촉구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봉투로 전달된 2억8천만원...대한조선 “확인 중”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출국 전 방글라데시 여행사 사무실에서 5200달러가 든 봉투를 받고 서명한 뒤 한국에 도착해서는 대한조선에서 나온 직원에게 그 봉투를 그대로 전달했다. 같은 방식으로 전달된 금액은 총 2억8800만원에 달한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이 같은 사실을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하고, 관련자 2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 혐의는 노동력 착취 목적 약취·유인(형법 제288조), 사기(제347조), 배임 및 직업안정법 위반 등이다.

이 단체는 “이는 단순한 브로커 문제를 넘어 절박한 이주노동자의 처지를 악용한 조직적 착취이자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하며 대한조선과 관련자의 형사처벌과 구조적 개선을 요구했다.

한편, 대한조선 측은 언론에 “해당 외국인 근로자와는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근로계약을 해지했고, 노동위원회에서도 정당 해지로 판정됐다”며 금품 수수와 관련해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을 밝혔다.

지난 2월 전남 나주의 한 벽돌 제조 공장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스리랑카 국적 외국인 노동자를 지게차로 들어 올리며 괴롭히고 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
지난 2월 전남 나주의 한 벽돌 제조 공장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스리랑카 국적 외국인 노동자를 지게차로 들어 올리며 괴롭히고 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

‘코스피 대어’의 그림자...“인권 없인 조선업 미래도 없다”
대한조선은 상장 전부터 ‘조선업 대호황’을 타고 IPO 시장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인 5만원으로 공모가가 결정됐고, 상장일엔 10만원 가까이 치솟으며 최고 98.8% 급등했다. 기업가치도 공모가 기준 1조9263억 원에서 상장 당일 3조5000억 원을 넘기며 폭풍 성장했다.

그러나 ‘코리안 드림’을 좇아 한국을 찾은 노동자들의 눈물과 고통 위에 세워진 대박 상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대한조선은 지금이라도 피해자에 대한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국가와 지자체, 노동부도 전수조사와 함께 고용 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나주의 벽돌공장에서 벌어진 이주노동자 괴롭힘 사건을 두고 “약자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라고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나주와 지척인 해남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 역시 국가의 인권 감수성을 시험대에 올린 중대한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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