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올해 4분기(10월~12월) 전기요금 동결 결정은 얼핏 보기에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안정적인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2022년 3분기부터 14분기 연속으로 연료 비조정단가 상한선인 kWh당 ‘+5원’이 유지 되었다는 사실은 표면적인 요금 안정을 강조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면에 숨겨진 한국 전력공사의 심각한 재정난과 에너지 전환 시대의 도래를 함께 고려할 때, 이번 동결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 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문제의 본질은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요금 인하가 불가능하다는 역설적인 상황에서 드러난다. 최근 3개월간의 연료비 동향을 반영하면 4분기 연료비조정 단가는 kWh당 ‘-12.1원’까지 인하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는 국제 에너지 시장의 숨통이 트였다는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산업통상자원부가 한전의 위기 수준 재무 상황을 이유로 기존 상한선인 ‘+5원’ 을 유지하도록 통보한 것은, 한전의 자력으 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누적 적자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연료비조정요금 제도는 유가 등 국제 연료비 변동분을 탄력적으로 요금에 반영하여 한전의 재무 부담을 줄이고 합리적인 가격 신호를 시장에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됐 다. 그러나 현재 이 제도는 사실상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14분기 연속으로 상한선이 적용되는 것은 제도가 시장 상황이 아닌 정치적 고려와 한전의 만성적인 재정난에 묶여 경직되게 운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가격 신호 왜곡은 전력 소비 주체들이 에너지 절감이나 효율 향상을 위한 투자를 유보하게 만들며, 장기적으로 국가 전체의 에너지 효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4분기 전기요금 동결은 한전의 재무난을 단기적으로 덮는 데는 기여할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의 정상화,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 전환 비용 마련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풀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요금 체계 정립이 필수적이다.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결국 미래에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올 것이다.
정부는 국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전기요금 현실화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한전은 고강도 자구 노력과 함께 전력 시스템 전반의 효율성 제고에 힘써야 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위한 용기 있는 결정과 국민적 합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