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미국 남동부 지역 유틸리티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를 앞세워 대규모 가스화력발전 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해당 지역의 탄소 배출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이후 친환경 전환 정책을 선회하고 있는 트럼프 2기 출범과 맞물리며 미국이 사실상 '기후악당국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은 지난 2일 발표한 ‘세계에너지시장 인사이트’를 통해, 조지아·사우스캐롤라이나·노스캐롤라이나·버지니아 등 미국 남동부 4개 주 유틸리티 기업이 2040년까지 2만MW 이상의 가스화력 발전 설비를 증설할 계획임을 전했다.
알라바마와 테네시 주도 별도 증설안을 추진 중이어서 남동부 전체 증설 규모는 그 이상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그 이유다. 석탄화력 폐지에 따른 대체 수요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데이터센터로 대표되는,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기인한다는 게 유틸리티 측 주장이다.
에경연 발표에 따르면, Georgia Power는 2023년 9월 자사의 부하 전망을 기존보다 5000MW 이상 상향 조정했고 이 중 80%는 데이터센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Dominion Virginia는 피크 부하 전망치의 86%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망이 과도하게 낙관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는 “유틸리티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수요를 과대 전망하고 있다”며 “전력설비 과잉 증설이 기후 목표에 역행할 뿐 아니라 소비자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전력연구소(EPRI)가 제시한 전망치에 따르면, Georgia Power가 발표한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전망치는 EPRI 고수요 시나리오보다 3배 이상 높게 잡혀 있다. Microsoft조차 Georgia Power의 부하 예측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목표와의 충돌도 심각한 이슈다.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해 시행 중인데, 가스화력 중심의 설비 확장은 이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보다. 버지니아 공동입법감사검토위원회(JLARC)는 보고서를 통해 “데이터센터 수요 충족을 위해선 태양광·풍력·ESS 확대가 가스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틸리티 기업들은 신규 발전설비에 필요한 가스관 건설에까지 적극 나서고 있으며, 이미 공급계약을 체결한 가스관 중 75% 이상이 가스화력 발전소용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전력 소비자들은 요금 폭탄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도 나온다. IEEFA는 “버지니아의 경우 연간 전기요금이 가구당 170~440달러 인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 나아가 AI와 데이터센터 산업 자체에 대한 미래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이유로 한 화석연료 기반 설비 확충은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OpenAI, Anthropic 등 주요 AI 기업들은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소비자 수익 전환율도 3% 미만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지금의 유틸리티 기업 결정은 미국의 에너지시스템을 다시 20세기 후반으로 되돌리는 일”이라며 “친환경 전환을 외면한 채 전력수요만 앞세운 정책은 기후위기 해결에 역행할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다시 ‘기후악당’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에너지 정책 균형추가 점점 화석연료 쪽으로 기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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