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미국의 중동 개입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글로벌 원유시장이 심각한 변동성에 휩싸이고 있다.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이 5일째에 접어든 상황에서 유가가 하루에 3달러 가까이 출렁이는 극심한 변동세를 보였다. 웨스트텍사스산원유(WTI)는 한때 배럴당 74달러 아래로 떨어졌으며, 이는 시장의 심리적 불안이 단기적으로 완화됐음을 시사하지만, 근본적인 해소는 전혀 아닌 일시적 대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트럼프 발언·美 군사자산 이동… “시장, 여전히 경계 태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를 통해 “이란의 무조건 항복(UNCONDITIONAL SURRENDER)”을 요구하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가 이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맞받아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미국은 항공모함 니미츠(USS Nimitz) 전단을 예정보다 앞당겨 중동으로 이동 중이며, 이는 미국의 실질적인 군사개입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봉쇄 가능성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정하며 대응하고 있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4분의 1이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로, 단기간만 막혀도 국제 유가는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공포는 옵션시장으로 번져… 해운비용도 50%↑
시장 불안은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강세 옵션 프리미엄은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유가 변동성 지표도 최근 3년 내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중동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원유 운송비는 공격 이후 50% 이상 급등했으며, 이는 실물 물류시장까지 리스크가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탱커트래커스(TankerTrackers.com)에 따르면 이란은 오히려 최근 며칠 간 수출량을 눈에 띄게 늘린 상황이며, 현재까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물리적 차질은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그 어떤 촉발 요인도 봉쇄 리스크를 현실화할 수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 수급 불균형 신호도 심화… 미 재고 1100만 배럴 급감
한편, 미국 내 원유 재고는 지난주 1100만 배럴 이상 급감하며, 거의 1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는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 진입과 맞물려 공급 타이트(tight) 시그널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브렌트유(Brent) 선물 구조도 최근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현상이 심화되며, 향후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 용어 설명 :
·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현상 = 선물시장에서 근월물(가까운 만기) 가격이 원월물(먼 만기)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원유 등 실물 자산의 공급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급증할 때 주로 나타나며, 시장에서는 이를 향후 공급 불안과 가격 상승 압력의 신호로 해석한다. 최근 브렌트유 선물 시장에서 백워데이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당분간 원유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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