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이스라엘은 역사적으로 중동에서 지정학적으로 고립된 위치에 있었다. 주변은 모두 이슬람권 국가로, 1948년 건국 이후 수차례 전쟁을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에너지 수입 의존이었다. 석유와 가스를 가까운 아랍국에서 구할 수 없어 멀리 아제르바이잔·카자흐스탄·멕시코에서 수입해야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에너지 수입선이 언제든지 끊길 수 있는 전쟁 상황 속에서, 자국의 바다 아래서 자원을 찾는 탐사를 10년 넘게 지속했다. 그 결과는 2009년과 2010년, ‘타마르(Tamar)’와 ‘레비아탄(Leviathan)’이라는 초대형 가스전의 발견이었다.
두 가스전의 매장량은 총 120Tcf(조 입방피트)로, 이스라엘이 수십 년간 자급 가능한 수준이다. 이는 이스라엘을 수입 의존국에서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바꿔놓았다.
■ 에너지 독립, 경제성장 그리고 지정학적 반전
가스전 개발 이후 이스라엘은 단순한 에너지 자립을 넘어 정치·군사·경제적 영향력을 넓혔다. 과거 전쟁을 벌였던 요르단과 이집트에 가스를 수출하며 관계를 전환시켰고, 이집트는 과거 공급 중단에 대한 배상금까지 지급하며 이스라엘 가스에 의존하게 됐다.
동지중해 가스포럼(EMGF) 설립 등 다자간 협력도 강화되고 있으며, 이스라엘산 가스는 이집트에서 LNG로 전환되어 유럽으로도 수출 중이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단순한 에너지 자립을 넘어 외교·안보적 영향력까지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경제 성장률도 가시적으로 개선됐다. 가스전 발견 전 10년간 평균 3.5%였던 성장률은 이후 10년간 4.2%로 상승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닌, 에너지 자립이 국가경제에 가져온 기반 안정화의 결과였다.

■ ‘대왕고래’ 예산 삭감 논란…한국은 역행 중?
반면 한국은 여전히 에너지의 100%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유일하게 탐사 가능성이 존재했던 동해 심해가스전 사업은 첫 시추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내년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내년도 시추 예산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동해 8광구와 6-1광구에 매장된 최대 140억 배럴 자원 확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12월 첫 번째 대왕고래 구조에서 탐사시추를 했지만, 경제성 있는 매장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첫 시추(예산 1000억원)가 있었지만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초기 결과에 정치권은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시추 예산을 "GPU 수천 개 살 돈을 한 번에 날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에너지 자립은 전략 자산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최근 발표한 '이스라엘, 가스로 중동의 판을 바꾸다' 리포트를 통해 “이스라엘의 진정한 힘은 첨단 무기나 군사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국 영토 내에 위치한 대규모 가스전에서 비롯된 에너지 자립 기반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가스를 무기로 외교·경제·군사에서 주도권을 쥐었고 오늘의 이스라엘이 ‘싸우지 않고 이기는’ 나라가 된 이유는 바다 밑 자산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원개발 전문가들은 "탐사 1회 결과만으로 사업을 접는 건 섣부르다. 가스가 지나간 흔적이 있는 만큼 인근 6개 유망 구조에 대한 추가 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시추 후 평가가 이루어지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내년 시추는 잠시 미룰수는 있지만 탐사 의지를 꺾어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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