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또다시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7월 28일 60대 노동자의 사망사고로 전국 103개 건설현장 작업을 전면 중단한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이로써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에서만 네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경영 부실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정부의 강력한 압박이 한층 커지고 있다.
■ 감전 추정 사고, 미얀마 노동자 의식불명 상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8월 4일 오후 1시 34분경 광명~서울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미얀마 국적의 31세 노동자 A씨가 지하터널 바닥에 고인 물을 배수하는 과정에서 양수기가 작동하지 않자 이를 꺼내려다 감전된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긴급 이송됐으며, 5일 오전 8시 기준 의식불명 상태다.
이번 사고는 포스코이앤씨가 전국 건설현장 작업을 중단하고 철저한 안전점검을 약속한 직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안전관리 실효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강력한 유감”…안전대책 실효성 재검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반복되는 중대재해 사고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포스코이앤씨를 강력히 비판했다. 김 장관은 지난 7월31일 포스코이앤씨 본사 간담회에서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직접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일주일 만에 또다시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고용부는 이번 사고에 대해 다음과 같은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 공사 중단 이후 작업재개 과정에서 안전조치 검증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조사
- 포스코그룹사가 제시한 안전관리 혁신 계획의 실효성 전면 재검토
- 전국 포스코이앤씨 건설현장 62개소에 대한 불시 감독 강화
-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엄중한 책임 추궁
■ 정희민 사장 사임…‘책임경영’ 실현 시험대 오르나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은 8월5일 “반복된 인명사고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 사장은 “회사의 존립 가치는 안전에 있으며 이번 사퇴가 체질적 혁신을 위한 결단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사퇴만으로는 안전문화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하청·재하청 구조에서 비롯되는 관리 사각지대, 형식적 안전 점검, 현장 안전비용 축소 문제 등이 반복적인 중대재해의 구조적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발주사·원청·하청 간 책임 체계 정립과 실질적 안전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