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확장보다 신뢰, 성과보다 안전.”
포스코이앤씨가 조직 전체의 운용 방향을 이 한 문장으로 새로 썼다. 최근 잇따른 인명사고로 비판을 받아온 가운데, 신임 송치영 사장이 첫 공식 일정으로 사고 현장을 직접 찾고, 인프라 신규 수주까지 중단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단순한 CEO 교체 이상의 ‘전사적 안전 리더십 전환’으로 읽힌다.
■ 첫 공식 행보는 ‘사고 현장’… 선언 아닌 실천으로
송 사장은 8월 5일 포스코홀딩스의 그룹안전특별진단TF 팀장에서 포스코이앤씨 신임 사장으로 전격 선임됐다. 취임식도 생략한 채, 그는 6일 광명~서울 고속도로 1공구 건설현장을 첫 방문지로 택했다. 이미지 메이킹을 넘어, 현장 중심·실천 중심 경영을 예고하는 상징적 행보다.
현장에서 송 사장은 사고 경위를 직접 보고 받고,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며 “재해가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적 안전관리 시스템을 근본부터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라는 표현은 포스코이앤씨가 이번 사고를 단순한 일회성 참사로 넘기지 않겠다는 각오의 반영으로 보인다.
■ 인프라 신규 수주 중단… “국민 신뢰 회복 없이는 확장 없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프라 부문 신규 수주를 잠정 중단한다는 결정이다. 이처럼 수주 중심의 건설업 구조에서 ‘성장보다 신뢰’를 전면에 내세운 사례는 이례적이다.
포스코이앤씨는 “당장의 경영성과보다 가장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명확히 밝혔다. 이는 국민적 신뢰를 되찾기 전까지 어떤 외형적 확장도 의미 없다는 인식 전환이며, 향후 공공 발주기관과 민간 프로젝트 발주처에 강한 메시지를 전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이러한 결단은 에너지 플랜트·전력 인프라 분야의 고위험 시공환경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질적으로 체감한 결과로 해석된다.
■ 하도급 구조 개선 착수… “제도+현장 복합 혁신 추진”
포스코이앤씨는 건설산업 전반의 고질적 구조로 지목되어온 다단계 하도급 문제 해결에도 나선다. 송 사장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제도적·현장적 보완책을 마련하고, 대한민국 건설 안전의 모범 사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형식적 점검 수준의 개선을 넘어, 근로자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병폐 자체를 손보겠다는 의지다. 특히, 최저가 낙찰, 단가 후려치기, 책임 회피 등 하도급 관행이 재해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인식이 명확히 드러난 부분이다.
이 같은 구조개선 계획이 실현된다면, 에너지 인프라 공사 전반의 산업 안전문화에도 적지 않은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안전이 일상화된 문화'… 선언에서 실행으로
포스코이앤씨는 이번 사장 교체와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단순한 위기 대응이 아닌, 지속가능 경영 전환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송 사장은 “재해 예방을 넘어, 안전이 일상화된 문화를 구축하겠다”며, 근본적 체질개선의 연속성을 예고했다.
‘최고경영자의 안전 리더십’이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는 향후 포스코이앤씨뿐 아니라 전력·가스·신재생플랜트 등 고위험 사업장을 운영하는 에너지기업 전반의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신임 사장 프로필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신임 사장은 1964년 부산 출생으로, 부산동고등학교와 부경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포항공과대학교에서 기술경영(MBA)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 7월 포스코 제강정비과에 입사한 이후, 포스코 설비혁신국장과 설비기술부장을 거쳐 2018년부터 2019년까지 포스코 철강생산전략실 글로벌O&M그룹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안전환경부소장(상무)으로 근무하며 안전 분야에서의 역량을 인정받았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포스코이앤씨 최고전략책임자(CSO, 전무)를 지냈으며, 2024년에는 포스코엠텍 대표이사로 선임돼 경영 전반을 이끌었다.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는 포스코 설비본원경쟁력강화TF 팀장을 맡아 설비 경쟁력 향상 전략을 총괄했고, 2025년 8월에는 포스코홀딩스 그룹안전특별진단TF 부사장으로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혁신 진단을 이끌었다.
오랜 기간 포스코그룹 내 안전, 설비, 전략 분야를 두루 경험한 송 사장은, 2025년 8월 포스코이앤씨의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되며 본격적인 ‘안전 최우선 경영’ 체제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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