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2025년 상반기, 일본의 발전 구성(power mix)에서 화석연료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60% 아래로 떨어지며 의미 있는 변화를 보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화석연료 비중과 더딘 풍력 발전 확산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가로막는 주요 과제로 지적된다.
■ 원전 재가동과 태양광 확산, 화석연료 비중 감소 견인
일본의 전력 공급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인 2010년 81%에서 사고 직후인 2012년 96%까지 치솟았다. 원자력 발전소 가동이 대부분 중단되며 생긴 공백을 화석연료가 메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진적인 원전 재가동과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 덕분에 올해 상반기에는 그 비중이 60%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원자력 발전(nuclear power)은 정부의 탈탄소 목표에 따라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 달성을 위해 2040년까지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원전의 재가동을 꾸준히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또한 태양광 발전(solar power)의 급성장도 화석연료 비중 감소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 10년간 발전량이 다섯 배 가까이 확대되어 현재 일본 전력 공급의 10%를 담당하고 있다. 이는 가정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부 지원 정책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 풍력 발전 정체, 일본 에너지 전환의 '아킬레스건'
원전과 태양광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풍력 발전은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2024년 기준 풍력 발전이 전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해, 주요 7개국(G7) 평균인 11%와 큰 격차를 보인다. 이는 풍력 발전이 전력 공급에 있어 아직 미미한 수준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 정부는 해상풍력(offshore wind)을 미래 핵심 에너지원으로 보고 2040년까지 30~45GW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최근 미쓰비시(Mitsubishi)와 같은 대형 기업들이 해상풍력 프로젝트 3개를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며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급격한 건설 비용 상승(cost escalation)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global supply chain disruption)의 영향이 크다. 해상풍력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고, 복잡한 해양 환경과 기술적 난이도 때문에 육상풍력보다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한다.
■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남은 과제
전문가들은 일본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원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원전은 사고 위험과 폐기물 처리 문제 등 여전히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있다. 따라서 원전과 함께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동반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풍력 발전은 일본의 긴 해안선을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높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초기 비용과 공급망 불안정성이라는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일본의 에너지 전환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G7 최하위권인 풍력 발전의 성장이 담보되지 않는 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여전히 요원한 목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