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지난 7월 역대 최악 수준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력 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밤낮 가리지 않는 무더위로 냉방기 가동이 급증하면서 전력망에 비상이 걸렸다.
3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최대전력은 85.0GW(기가와트)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이는 1993년 집계 시작 이후 7월 기준 역대 최대 수치다.
이 수치는 33년간 월평균 최대 전력수요가 가장 많았던 지난해 8월(87.8GW)의 96.8% 수준에 달해 여름철 피크 시즌인 8월에 근접한 전력 소비량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달 8일 오후 6시에는 일일 최대전력 수요가 95.7GW를 기록하며 7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폭염일수(최고기온 33도 이상)는 총 15일로 집계됐다. 이는 1973년 이후 53년간 7월 평균 3.4일의 4배를 웃도는 수치다. 7월 폭염일수가 15일 이상을 기록한 것은 1994년(17일), 2018년(16일), 2021년(15일)에 이어 네 번째다.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은 더욱 심각했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는 23일간 지속돼 1973년 집계 시작 이후 53년 만에 가장 길었다.
이러한 극한 기상 현상은 전력 수요 급증으로 직결됐다. 밤낮으로 이어지는 무더위로 가정용 에어컨과 선풍기뿐만 아니라 공장, 백화점, 지하철 등 산업·상업시설의 냉방설비 가동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7월 전력수요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까지 60GW 미만에 머물렀던 7월 전력수요는 2010~2015년 60GW를 넘어섰고, 2016년부터는 70GW를 초과했다. 2023년 79.2GW를 기록한 후 올해까지 3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발표한 '여름철 전력 수급 전망 및 대책'에 따르면, 올여름 최대전력 수요는 8월 둘째 주 평일 오후 5~6시경 94.1~97.8GW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만약 97.8GW까지 전력수요가 증가한다면 지난해 8월 20일 기록한 역대 최대 수요(97.1GW)를 넘어서는 새로운 기록이 될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10GW 안팎의 예비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달 19일까지를 여름철 전력 수급 대책 기간으로 설정하고, 한국전력 등 관련 기관과 함께 전력 수급 종합 상황실을 운영하며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전력업계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현상이 지속될 경우 전력 인프라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