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미국 월가의 석유·가스 산업에 대한 신용공급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2025년 8월1일 기준, 미국 상위 6대 은행(JP모건 체이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 파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의 화석연료 관련 대출액은 총 73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에너지 M&A 시장의 급격한 위축, 셰일 자산의 투자 매력 약화, ESG 강화 기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 Morgan Stanley, 석유·가스 대출 54% 삭감… 금융권 전반 '탈화석' 가속
가장 큰 대출 감소폭을 보인 곳은 모건스탠리로, 전년 대비 54%에 달하는 대출 축소를 기록했다. 반면 JP모건은 상대적으로 7% 감소에 그쳤지만, 대형은행 전반에서 석유·가스 산업에 대한 대출 리스크 축소(De-risking)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은행 리스크 회피를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화석연료 투자에 대한 정량적 축소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특히 2025년 들어 국제유가의 불안정성과 미국 내 금융 규제 강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장기 대출·프로젝트 파이낸싱 비중이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 M&A 시장도 동결… “셰일은 더 이상 핫딜 아냐”
금융수축은 에너지 상류 부문(Upstream)의 인수합병 시장 위축으로 직결됐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전 세계 상류 부문 M&A 거래 규모는 34% 급감했으며, 이는 미국 셰일자산 거래 감소가 결정적이었다.
특히 Permian, Eagle Ford 등 대표적인 비전통(Unconventional) 자산의 거래량이 급감하며,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출구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과거에는 셰일 자산이 유망한 현금창출원으로 평가됐으나, 최근에는 유전 수명 단축, 신규 시추비용 상승, 수익성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입찰 경쟁이 뚜렷이 줄고 있다.
사모펀드 매도자들이 겪는 가장 큰 변화는 “누가 사줄 것인가”의 부재다. 대형 E&P 기업들도 자체 시추 확대보다는 생산 효율성 유지와 배당 확대에 집중하는 추세로 전환했다.
■ ESG 압박, 셰일 산업 구조조정 신호탄 되나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감소가 단기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기후리스크 공개 의무화, 유럽 투자기관의 탈화석 트렌드 확산, 미국 내 정치적 ESG 반발 심화 등 외부 변수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자산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이 금융권 내에서 제도적 기조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셰일 붐을 이끌었던 레버리지 기반 성장은 더 이상 과거처럼 자본을 끌어오지 못하는 구조로 전환 중이다. “신용 축소→M&A 위축→자산가치 하락”의 악순환 고리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용어 설명 :
· Eagle Ford(이글포드, 鷹Ford) = 미국 텍사스 남부에서 멕시코 국경까지 동서로 약 400마일(약 640km), 폭 50마일(약 80km)에 걸쳐 뻗어 있는 대표적인 비전통 셰일(頁岩)유·가스 자산이다. 이글포드 셰일은 약 1억년 전 후백악기(Cretaceous) 시기에 퇴적된 해양성 셰일층으로, 평균 250피트(약 76m) 두께의 탄화수소(炭化水素) 함유 지층이다. 주로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며, 지층 내 높은 탄산염(炭酸鹽) 함유로 암석이 단단하고 취성(脆性)이 커 수평 시추와 수압파쇄(수압破碎, hydraulic fracturing) 기법을 통한 비전통원유 및 가스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이글포드는 2008년 첫 상업 생산 이후 미국 내 최대 셰일 유전 중 하나로 급성장했으며, 2013년에는 하루 100만배럴 이상의 원유 생산량을 기록함과 동시에 지역 일자리를 11만개 이상 창출한 바 있다. 또한 개발 투자 규모와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도 2010년대 중반 한 해 300억달러 이상의 자본이 투입되는 등, 미국 에너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2015년 이후 저유가 영향 등으로 생산성과 투자가 감소하는 등 부침(浮沈)도 겪고 있다.
· E&P 기업 = 원유와 천연가스 등 지하 매장 자원을 직접 탐사(Exploration, 探査)하고 개발·생산(Production, 生産)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으로, 석유·가스 산업의 '상류(上流)부문' 또는 '업스트림(Upstream)' 기업을 의미한다. 이들은 광구(鑛區) 등 자원개발 권리를 취득한 뒤, 지질 및 물리탐사, 시추, 평가, 생산 설비 구축 등 일련의 전문적 과정을 통해 자원을 상업적으로 생산해 판매한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메이저 기업(BP, Shell, ExxonMobil 등)이나 SK이노베이션과 같은 국내외 석유개발사가 포함되며, 투자 규모가 크고 개발 성공 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나, 높은 위험과 장기 투자가 요구되는 산업적 특성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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