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회관 전경./ 과학기술인총연합회 제공
과학기술회관 전경./ 과학기술인총연합회 제공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켠엔 비록 눈에 띄는 간판은 없지만 대한민국 탄소중립 정책의 핵심 접점을 구축해온 민간 기구가 있다.

2008년 설립된 기후변화센터(Climate Change Center, 센터)는 국내 최초의 기후변화 대응 비영리민간기구로 지난 17년 동안 정책 기반 기후리더십 확산과 시민 참여 확대, 국제 협력 플랫폼 구축에 앞장서왔다.

정부·지자체·기업·시민사회를 연결, 행복한 저탄소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글로벌 기후 대응 파트너로 발돋움한 센터는 기후위기 대응의 ‘전초기지’이자 미래세대 희망의 플랫폼이다.

◇민간 최초 기후 플랫폼...관·학·산 연대 중심축
2000년대 초, 기후 변화가 전 세계적 화두가 되던 시기 정부·학계·시민사회의 협력 없이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 세계 시민들과 행복한 저탄소 사회를 만들어가는 글로벌 기후 대응 파트너”가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출범한 센터는 전문성(Professionalism)과 협력(Partnership), 참여(Participation) 등의 삼각 축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기후변화센터는 초대 이사장에 고건 前 국무총리가 취임하며 설립 초기부터 공공성과 전문성을 모두 확보한 비영리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서울대 이장무 총장, 환경부 장관 출신 유영숙, 前 국회의장 강창희 등 기후정책 중량급 인사들이 중심을 맡아 민관 협력의 기틀을 다졌다.

센터는 기후변화 리더십 아카데미(24기 운영), 대학생 서포터즈(U‑Savers), 기후 소통 플랫폼 ‘클리마투스 컬리지’ 등을 통해 세대별·계층별 기후 리터러시 향상을 추진해왔다. 특히 탄소중립 2050 정책 도입 이후 ‘기후대응 선도 민간 싱크탱크’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기후변화센터 홈페이지
기후변화센터 홈페이지

◇‘탄소중립시장’ 준비...CDM사업·자발적시장 연계 확대
기후변화센터는 일찍이 해외 온실가스 감축사업(CDM)을 통해 기후시장 기반을 다져왔다. 미얀마·가나·캄보디아 등에서 고효율 클린쿡스토브 보급사업을 전개하며 국제 CDM 등록 및 CERs 발급 실적을 확보했다.

이 사업은 단순한 감축 외에도 여성 교육시간 확보, 산림탄소 보호, 현지 일자리 창출 등의 사회적 가치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특히 2022년엔 자발적 탄소시장 대응을 위한 자체 플랫폼 ‘아오라(aora)’를 구축, 국내외 기업 ESG 수요에 부합하는 탄소감축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센터는 향후 아오라를 통해 국내 탄소크레딧 거래와 RE100 연계 등 민간주도 탄소중립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국제 협력 강화…UNFCCC 공식 파트너 활동
국제 연대도 두드러진다. 기후변화센터는 2009년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 NGO로 참여한 이후 매년 사이드이벤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COP28, COP29에도 이어지고 있다.

또 2016년에는 녹색기후기금(GCF) 옵저버 지위를 획득하며 글로벌 기후금융 논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CTCN), 아시아녹화기구, 통일부 산하 대북 산림협력 사업 등에도 참여해 기후협력 외교의 민간 채널로서 기능하고 있다.

◇국내 제도 개선 기여...RE100·순환경제 정책 참여
센터는 ESG 경영, RE100 대응, 메탄 감축, 해상풍력,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등 다양한 기후 산업 현안에 대한 정책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50 순배출제로’ 토론회, ‘탄소중립 톡톡’ 포럼, 국회세미나 등을 통해 민간과 정부 간 정책 간극을 좁히는 공론장 역할도 수행 중이다.

최근엔 Non‑CO₂ 감축기술 연구, 자원·에너지 회수 제도 정비방안 제언을 통해 탄소중립 이행 기반 구축에도 실질적 기여를 하고 있다.

최재철 이사장. /투데이에너지
최재철 이사장. /투데이에너지

◇차세대 교육·소통 플랫폼 운영
Z세대 및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참여형 기후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하다. SNS 기반 캠페인과 CC 매거진 발행, 업사이클링 체험형 공모전 등을 통해 ‘행동하는 시민’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대학생 서포터즈 U‑Savers는 전국 대학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지역 연계 캠페인을 운영 중이다.

‘클리마투스 컬리지’는 기후행동 소양을 높이는 시민대학 플랫폼으로 자리잡았으며, 기후 문화콘텐츠와 연결된 토크콘서트·연극·워크숍을 통해 시민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기후리더십·기후시장 선도기관 될 것”
2025년 현재 기후변화센터는 최재철 前 주프랑스대사가 이사장을 맡아 국제 협력과 탄소금융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

최 이사장은 “기후위기 대응은 제도와 기술, 금융의 유기적 통합이 핵심”이라며 “센터가 민간-산업-정부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해 지속가능한 시장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센터는 최근 탄소시장 전문기관들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국내 자발적 탄소거래 기반을 확대하고 있으며, AI·디지털 MRV 기술을 활용한 감축 측정 정밀도 개선에도 착수한 상태다.

기후변화센터는 단순한 민간 NGO의 수준을 넘어, 정책-기술-시장-시민사회가 교차하는 전략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비록 예산과 조직 측면에선 제한적일 수 있으나, 정책 제언력·현장 실행력·국제 협력 기반에서 이룬 성과는 타 기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과학자의 경고가 아닌 정부·기업·시민 모두의 현실이 된 만큼, 기후변화센터가 기후대응 거버넌스의 중심축으로서 어떤 방식으로 진화해 나갈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