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최근 발표한 '저렴한 에너지 행동계획(Action Plan for Affordable Energy)'에서 일본식 LNG 투자모델(Japanese model)을 도입 가능성 대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정작 유럽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 모델이 "비용이 과다하고 구조가 복잡해 유럽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일본의 LNG 전략이 단순한 '구매'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를 위한 '총체적 시스템 구축'임을 의미하며,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LNG 수입국들이 참고해야 할 중요한 시사점을 담고 있다.
일본의 LNG 투자 전략은 단순한 계약이나 지분 투자 수준을 넘어서, 공공 금융기관, 재보험 기관, 무역 보험, 에너지 공기업, 민간 은행, 트레이딩 회사, 수요처까지 긴밀하게 얽힌 총체적 수직 계열화 모델이다.
일본국제협력은행(JBIC),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금속에너지안보기구(JOGMEC), 일본수출보험(NEXI) 등이 국가 주도형 투자 틀을 제공하고 있다. 미쓰비시UFJ, 미즈호, SMBC 등 3대 메가뱅크는 2021~2023년간 약 270억달러 규모의 해외 LNG 프로젝트를 금융 지원했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2030년까지 연간 1억 톤(mtpa) LNG 거래를 목표로 설정했고, 이러한 전략은 일본의 국내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LNG 투자와 수출을 지속하게 만드는 구조적 동인이 된다.
유럽은 이 모델을 도입하기엔 여러모로 구조적 제약이 크다. 전력 자유화가 심화된 유럽 시장은 국가주도형 공공금융 연계 시스템이 미비하고 회원국 간 에너지 이해관계가 상이하며 무엇보다 LNG 수요 자체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 수입계약 및 재판매 인프라 구축이 실익이 없을 수 있다.
유럽은 "일본은 수요가 줄어도 가격 교섭력과 공급망 확보를 위한 투자 전략이었지만, 유럽은 그럴 여유도, 구조도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한국 역시 'LNG 수출형 전략'에 대한 기대가 존재한다. 최근 알래스카 LNG, 미국산 계약 확대 등으로 수출 또는 리셀(재판매) 기반 모델을 검토 중이지만,
일본처럼 공공-민간 복합 금융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고, 트레이딩 기반도 취약한 상황이다.
국내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LNG 수입을 유지하면서 해외에 재판매하려면, △선박 확보 △저장/환적 인프라 △실시간 마켓 대응 역량 등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일본처럼 리스크 감내가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LNG 프로젝트에 해외 지분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식 모델'의 장단점은 한국형 투자 판단 기준 수립의 모범사례이자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지나친 장기계약 의존은 글로벌 유동성 위기에 취약하고 수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계약은 변동성 확대 우려, 정부 보증과 금융 지원 범위에 대한 정책적 기준 설정 필요
일본은 세계 최고의 LNG 수입국이자 투자국이며, 자국 수요 하락에도 거대한 LNG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는 점에서 “참고할 사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유럽과 한국 모두 정책 구조와 시장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에 일본식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한국 역시 LNG 기반 에너지 안보 전략을 고도화하려면, △수입처 다변화 △민간 트레이딩 인력 양성 △재판매 가능 인프라 확보 등의 현실적인 접근과 함께, "어떤 LNG를 수입할 것인가"보다 "어떤 전략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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