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력수급 안정운영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 전력수급 비상훈련 시행(본 기사와 관련없음) / 한국전력거래소 제공
과거 전력수급 안정운영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 전력수급 비상훈련 시행(본 기사와 관련없음) / 한국전력거래소 제공

[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태양광 발전 설비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해 전력 공급 과잉이 심각한 수준에 달하면서, 오히려 블랙아웃(대정전)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6일 전력거래소·한국전력과 함께 '전력계통 비상대응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19일 '가을철 경부하기 계통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이러한 위기 상황을 반영한다. 전력은 공급 부족뿐만 아니라 과잉 공급 시에도 전압 불안정으로 인한 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력제어의 급증, 시스템 한계 드러나

전력 수급 불균형의 심각성은 출력제어 현황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올해 상반기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량은 72.3GWh로 지난해 연간 제어량(20GWh)의 3.6배에 달했다. 이는 국민 1800만명이 하루 사용하는 전력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연료전지 발전소에 대한 긴급 출력제어가 처음으로 시행됐다는 점이다. 날씨와 무관한 기저전력인 연료전지 발전소까지 가동을 중단해야 할 만큼 전력 수급 상황이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원자력발전소의 출력제어도 올해 상반기에만 25회를 기록하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인프라 확충 지연과 정책 괴리

근본적 해결책은 전력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이지만, 한국전력의 재정난과 송전선로 건설에 대한 지역 반대로 단기간 해결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한전의 천문학적 부채로 인한 투자 여력 부족은 필수 인프라 구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1~2년 안에 태양광·풍력을 대대적으로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내년도 재생에너지 예산을 올해보다 50% 증액했고, 11월부터는 80면 이상 주차장에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를 의무화한다. 정책 방향과 전력 현실 간의 괴리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부처 개편의 우려

에너지 정책 주도권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환경부(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는 것도 우려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환경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적극적이지만, 송전망 같은 대규모 인프라 건설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규제 권한은 강하지만 대형 투자·인프라 총괄 경험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추석 연휴, 또 다른 시험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추석 연휴 기간 정전 방지 대책을 당부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최대 10일간의 장기 연휴로 전력 수요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 과잉에 따른 블랙아웃 위험이 높아진 상황이다.

강 실장은 "재생에너지가 주력 전원 역할을 하는 변화된 환경에서도 배터리 기반 ESS를 신속히 확보하는 등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현재의 전력 시스템이 재생에너지 중심 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심각한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음을 시사한다.

균형잡힌 에너지 전환 필요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재생에너지 확대보다는 적절한 통제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적절한 통제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안정적 전기 공급이 가능해질 것, 출력제어는 비상시에 발령하는데, 점차 전력 계통 운영이 능력치를 넘어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이라고 경고 했다.

결국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은 필수적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구축과 시스템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오히려 전력 공급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속도보다는 균형잡힌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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