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미국과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가동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HD현대가 미국 조선산업 재건을 위한 대규모 투자 프로그램을 출범시키며 글로벌 해양·조선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마스가(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MASGA)’ 전략과 맞물려 한국과 미국 간 조선산업 동맹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 한·미 정상회담 후 첫 실질 성과

HD현대는 8월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미국 서버러스 캐피탈(Cerberus Capital), 한국산업은행과 함께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관으로 진행된 한·미 제조업 파트너십 협력 행사의 핵심 성과물이다.

행사에는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프랭크 브루노(Frank Bruno) 서버러스 캐피탈 CEO, 김복규 한국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참석해 조선·해양 산업에서의 동맹 차원의 협력 의지를 다졌다.

■ 투자 프로그램 핵심… 조선소 현대화·공급망 강화·첨단기술 개발

이번 프로그램은 수십억 달러 규모로 조성되며, 주요 투자 분야는 △미국 내 조선소 인수 및 현대화 △공급망 강화를 위한 기자재 업체 투자 △자율운항·AI 기반 첨단 조선기술 개발 등이다.

HD현대는 앵커 투자자이자 기술 자문사로 참여해 투자 대상 기업의 기술력·경쟁력·성장 가능성을 평가하고, 축적된 선박 건조·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투자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서버러스 캐피탈은 투자 운용 전반을 맡으며, 한국산업은행은 한국 금융계의 참여구조 설계와 모집 지원 역할을 담당한다.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이번 협력은 미국 조선업 재건에 실질적 기여를 하면서 동시에 한국 조선업에도 새로운 시장과 성장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며 “글로벌 조선산업의 새로운 장을 함께 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MASGA 프로젝트와 전략적 의미

이번 협력은 미국이 추진 중인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정책을 뒷받침하는 실질적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은 군수·상선 조선 역량의 노후화와 해외 의존 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소 현대화와 자국 해양 인프라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미 의회의 초당적 지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 조선업계의 적극적인 참여는 동맹국 차원의 산업 협력 모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투자 협력이 아니라 한·미 안보 및 공급망 전략의 일부로도 해석된다.

프랭크 브루노 서버러스 CEO는 “이번 파트너십은 단순한 자본 결합을 넘어 운영·기술 역량이 함께하는 전례 없는 형태”라며, “MASGA 프로젝트를 가속화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 조선업계에 주는 기회

HD현대의 참여는 한국 조선업계에도 전략적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 조선소 현대화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신규 건조·정비 시장에 직접 접근할 수 있고 미국 내 기자재 업체와의 협력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자율운항·AI 기반 선박 기술 개발은 한국이 강점을 가진 스마트십 분야와 맞물려 기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HD현대는 올해 들어 미 해군 보급함 정비 사업 수주, 헌팅턴 잉걸스·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와의 MOU 체결 등 미국과의 협력을 확대해 왔다. 이번 투자 프로그램은 그러한 행보의 연장선에서 한·미 조선산업 파트너십의 정점으로 평가된다.

■ 용어 설명 :  

ㆍ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 = 마스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마가(MAGA)’에서 ‘조선업(Shipbuilding)’을 결합한 프로젝트명, 미국 조선업의 재건을 목표로 한다. HD현대가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한미 간 최근 관세 협상 과정에서 중요한 협상 카드로 떠올랐으며, 결과적으로 1500억달러(약 208조원) 규모의 한미 조선 협력 패키지가 성사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핵심 내용은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및 기존 조선소 인수 △선박 건조 및 공급망 재편 △인력 양성과 교육 협력 △유지·보수·운영(MRO) 포함 생태계 구축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