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이미지./ 픽사베이
온실가스 이미지./ 픽사베이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이 전년보다 2% 감소한 6억9158만톤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산업 부문 배출량은 오히려 0.5% 증가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환, 건물, 수송, 농축수산 등 대부분의 부문에서 배출량이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정유·석유화학 업종의 배출 증가는 오히려 가속화되는 추세다.

국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20일 ‘2024년도 국가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을 발표하며 “최근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소 추세이나 경기둔화와 평균기온 상승이라는 외부요인이 영향을 미쳤으며, 2030 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대폭 확대 등 보다 강도 높은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한 외부요인보다 “정작 산업구조의 변화나 탈탄소 설비 투자가 제자리걸음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 추이./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제공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 추이./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제공

◇“감소는 했지만 산업은 증가”...NDC 달성, 연 3.6% 감축해야
2024년 잠정배출량은 2006 IPCC 지침 기준으로 6억9158만톤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1419만톤(2%) 줄었다. 1996 IPCC 지침 기준으로도 6억3897만톤으로, 전년보다 963만톤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자연요인(따뜻한 겨울), 산업경기 둔화, 수송부문 연료 소비 감소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명시한 2030년 국가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선 향후 2억200만톤을 더 줄여야 하고, 이는 매년 3.6%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국제감축, CCUS 등 7500만톤의 흡수·제거 수단도 병행해야 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현 수준의 감축 속도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전력공사 2022~2024년 발전원별 발전비중(왼쪽)과 2022~2024년 발전원별 설비용량./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제공
한국전력공사 2022~2024년 발전원별 발전비중(왼쪽)과 2022~2024년 발전원별 설비용량./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제공

◇산업만 ‘역주행’...석유화학·정유 배출 증가에 원단위 악화까지
세부 부문을 보면 산업부문만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2024년 산업부문 배출량은 2억8590만톤으로 전년 대비 0.5% 증가했다.

이 같은 결과는 온실가스 감축설비 미흡, 공정개선 지연, 탈탄소 전환 투자 부진의 직격 결과다. 정부가 그동안 수차례 강조해 온 원단위 개선을 통한 효율적 감축이 현장에서는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철강과 시멘트 업종은 생산량 감소로 배출량이 소폭 줄었지만, 온실가스 원단위는 모두 악화됐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산업경기 순환 이상의 문제로, 감축설비에 대한 체계적인 규제와 유인이 부재한 정책적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반면 전환 부문(발전 부문)은 석탄 발전 9.6% 감소, 재생에너지와 원전 비중 증가로 배출량이 5.4% 줄어든 2억1834만톤을 기록했다. 수송·건물·농축수산·폐기물 등도 감소세를 보였지만, 전체 배출량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산업 부문이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차량 온실가스 배출 이미지./ AI 생성
차량 온실가스 배출 이미지./ AI 생성

한편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은 불화가스 감축 설비(scrubber) 운영 확대 덕에 배출량이 줄었지만, 냉매용 HFCs 배출량은 4.8% 증가해 고온난화가스 관리 사각지대 문제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문 배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선언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계 자율 감축’, ‘기술 중심 혁신’, ‘탄소중립 선도사업’ 등의 수사는 넘쳐나지만 현실은 온실가스 원단위조차 관리되지 않는 구조적 불균형을 드러내고 있다.

‘2030년까지 매년 3.6% 감축’이라는 물리적 한계 앞에 놓인 지금, 정부는 감축의무를 부담하는 기업들에게 실질적 압박과 동기를 부여하는 새로운 정책 프레임을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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