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철 원장은 “기술의 초격차를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져야, 대한민국 조선행야기자재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원장은 “기술의 초격차를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져야, 대한민국 조선행야기자재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KOMERI)이 에너지 전환과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기술 혁신과 국제 협력에 나서고 있다. 배정철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KOMERI)원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친환경, 스마트, 에너지 융합 기술을 통해 산업 전반의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배 원장은 지금이야말로 조선해양산업이 에너지 대전환의 중심으로 도약할 골든타임이라며, KOMERI가 그 핵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배 원장은 KOMERI의 중장기 전략으로 ‘비전 2030’을 제시하고 있다. 비전 2030은 △기술주권 확보 △시험인증 고도화 △국제표준 선도 △산업-공공-국제 연계 강화라는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배정철 원장은 조선해양산업과 에너지기술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오랜 기간 조선산업 현장과 연구개발을 넘나들며 쌓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 KOMERA 제7대 원장 취임, 2023년 제8대 원장을 연임했다. 취임 이후 KOMERI를 ‘조선해양산업 기술혁신의 허브’이자 ‘에너지 전환의 핵심 연구기관’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비전을 실현 중이다. 특히 친환경 선박, 자율운항, 해양 신재생에너지 융합 등 미래 조선해양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배 원장은 “KOMERI는 연구실 안에 머무르는 기관이 아니라 산업 현장과 함께 뛰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KOMERI의 다목적 해상실증선박 진수, 상태기반 유지보수(CBM) 시스템 구축, 한-덴마크 해상풍력 R&D 협력 등 KOMERI의 전방위적 대응 전략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KOMERI가 조선해양기자재 기술혁신의 중심이 된 배경은?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문생산기술연구기관이다. 조선해양기자재의 기술개발, 시험·평가, 인증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며, 친환경 선박, 자율운항선박, 수소추진선박, 해양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조선해양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KOMERI는 부산 본원을 비롯해 영도 본원을 비록하여 녹산,미음, 거제, 울산, 양산, 군산, 목포 등 전국 9개 사이트에서 운영중이다. 근무 인원은 약 263명에 달한다. 2025년 총 예산은 약 700억원이며, 이 중 60%가 연구개발 사업비,나머지는 시험인증 등 민간수탁 수익으로 조달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총 402개 과제를 수행했으며, 신기술개발 프로젝트 20건, 시험·인증 서비스 3634건, 기술이전 및 사업화 15건의 성과를 거뒀다. 특히 친환경 선박용 연료공급시스템, 극저온 기자재, 수소추진시스템 분야에서 산업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한 성과를 냈다.

배 원장은 “KOMERI는 연구실에 머무는 기관이 아니라 산업 현장과 함께 뛰는 연구기관”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술개발-시험인증-표준화’를 하나로 연결하는 토털 솔루션은 KOMERI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KOMERI ‘비전 2030’ 핵심 5대 전략을 설명해달라

=KOMERI는 2030년까지 국제공인시험기관 항목을 100개 이상 확보하고, 해외 인증기관과의 상호인정협정(MRA)을 5건 이상 체결하며, 친환경 선박과 수소 선박 핵심 기술의 상용화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인 전략은 △친환경 선박 기술 선도: 무탄소 연료선박 △전기·하이브리드 추진 선박 기술개발 주도 △스마트 해상실증 체계 구축: 실시간 상태 모니터링 및 해상 실증 플랫폼 확대 △LNG-도시가스 융합 기술 개발: 육상-해상 에너지 통합 인프라 표준화 △국제 공동연구 및 시장 확장: 덴마크 등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그 외 산업 현장 밀착형 시험·인증 혁신: 수요자 맞춤형 시험인증·글로벌 인증 확대 등이다.

KOMERI는 현재 수소연료전지 추진시스템 시험 장비를 구축하고 있으며, 소형 수소추진선박 실증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2027년까지 △선박용 수소 저장시스템 국산화 △수소연료전지 해상 실증 △수소 안전 인증 가이드라인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 추진 선박은 탄소중립 시대에 조선해양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KOMERI 1호 다목적 해상실증 플랫폼을 수주했는데...

= KOMERI는 올해 17,000톤급 다목적 해상실증선박 ‘KOMERI 1호’를 인도한다. 이 선박은 2행정 고압 이중연료 추진엔진(ME-GI)을 탑재해 국제적 탈탄소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KOMERI 1호는 국내 조선해양기자재 기업들의 제품이 선박에 실제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상 실증 기회를 제공한다. 기자재 개발 후 시장 진입을 가로막던 ‘트랙 레코드(사용 실적)’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선박에는 실증 대상 기자재로 선정된 가스연료공급시스템(FGSS), 밸브 원격제어시스템, 평형수 처리시스템, 풍력추진시스템(Rotor Sail) 등이 탑재되며, 실시간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상태기반 유지보수(CBM) 성능고도화 시스템도 함께 적용된다. 실증 대상 기자재 적용 품목은 향후 확대될 예정이다.

배정철 원장은 “KOMERI 1호를 통해 국내 기자재 기업들이 해상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트랙 레코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LNG와 도시가스 기술 융합과 신에너지 인프라 구축은?

=친환경선박 전주기 혁신기술개발사업(10년간 2540억원) 총괄기관 KOMERI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해 LNG,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연료 기반 선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래 조선산업의 핵심인 자율운항선(스마트선박)의 핵심기술인 무인화 시스템 센서, 통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시험인증 인프라를 조성하고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 해양 수소 생산 플랫폼 등 신재생 해양에너지 기술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LNG 운반선, LNG 추진선은 육상 도시가스 산업과 기술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선박에 적용되는 극저온 저장 기술, 고압가스 배관 기술, 특수 용접 기술은 육상 LNG 터미널이나 배관망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KOMERI는 LNG 선박 기자재 인증을 넘어서, 육상 도시가스용 고신뢰성 기자재 개발과 인증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해상과 육상 에너지 수송 인프라는 본질적으로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이 기술 고도화는 에너지 안전성과 효율성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KOMERI는 한국가스안전공사(KOGAS)와 협력해 ‘육상-해상 통합 에너지 표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KOMERI의 대표적인 에너지 융합 사업인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조선기술과 도시가스 기술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질 전망이다. 또한, 도시가스용 고신뢰성 기자재 시험·인증 항목도 대폭 확대하고 있으며, 육상과 해상을 연결하는 통합 에너지 수송 기술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배 원장은 특히 LNG 기술과 도시가스 기술의 융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LNG 선박 기술을 도시가스 인프라까지 확장하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제 공동연구 위해 덴마크산업협회와 손잡은 배경은?

=KOMERI는 지난 3월20일 덴마크산업협회(DI)와 ‘해상풍력 및 친환경 조선기술 분야 국제 공동연구개발(R&D)’ 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해상풍력·조선해양 기술 공동 개발 △전문가 교류 △비즈니스 협력 확대를 골자로 장기적 기술 동맹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덴마크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해상풍력 운용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조선산업 강국으로서 생산기술과 기자재 경쟁력을 갖췄다. 해양에너지와 친환경 조선기술이 2050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이번 협약은 중견 연구기관 중심의 실질적 민관 기술공조 모델로도 상징성을 지닌다. 산업계는 이번 협력의 실행력과 후속 과제 이행 여부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후속 지원 △국내 조선소 및 기자재 기업과의 연계 △해외 실증사업 공동 진출 등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상플랜트와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설계-제작-운용을 통합하는 글로벌 밸류체인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향후 시범사업, 국제 공동연구센터 설립, 실증단지 연계 프로젝트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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